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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그리고 브로크백 마운틴

상온우유 2016. 2. 27. 04:04

드디어 캐롤 2회차를 찍었다

처음 봤을때도 느꼈지만 본 영화를 보면서 난 '아델의 삶'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아델의 삶이 훨씬 더 취향

이유는 단순히 아델과 레아세이두 때문만은 아니고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이하 블루)가 더 개연성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블루의 경우, 원제 처럼 관객은 주인공 아델의 삶을 공유하게 된다

불완전한 첫 이성교제, 엠마와의 첫 만남, 정체성의 혼란, 고뇌, 더없이 행복한 연애, 권태기 그리고 이별, 이별 후 재회에 이르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아델의 관점을 따라 그녀의 삶을 관망한다


반면 캐롤에서는 서술자가 둘이다. 어찌보면 전지적관점이니 하나라고 볼수 있지만

타이틀만 본다면 본 영화의 주인공은 테레즈로 생각된다. 첫 시퀀스도 그녀의 시점으로 전개되니까

그러나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우리는 테레즈로선 알수없는 캐롤의 이야기 또한 보고 듣게된다

때문에 이야기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하는 동시에 떨어지는 신기한경험을 하게된다

블루와 달리 단일 시점으로 진행되지 않아 오히려 캐릭터의 이해도를 떨어트리는 것이다


나는 캐롤에서 캐릭터, 특히나 테레즈가 굉장히 아리송하게 느껴졌다


처음 캐롤을 볼때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장면은 테레즈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두번째 볼땐 그점을 염두하고 조금더 주의깊이 봤지만 아직까지도 완전히 이해못했다

그 당시 흘린 눈물의 의미가 자신의 캐롤을 향한 마음을 깨달아서인지, 그 공간에 자신이 쓸모없는 도움안되는 존재로 느껴져서였는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서러웠던건지 ...

이런식으로 뚝뚝 끊어지거나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장면 장면이 많다고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동진의 평론이 이해가 갔다

평소 이동진 평론가를 그렇게 좋아하는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비판을 넘어선 비난을 받았던 그의 라이브톡엔 전혀 문제가 없는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영화에서 정말 테레즈를 '그런식'으로 표현하고있으니까


"테레즈한테는 동성애적인 사랑이 필요한게 아니라 캐롤이 필요한겁니다. 근데 하필이면 캐롤이 여자였을뿐이라는거죠."

이부분을 가지고 사람들은 맹 비판을 쏟아냈다

자신안의 호모포빅함을 인정하라는둥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사실 극 내에서 테레즈의 대사로도 등장하지 않았는가

그녀는 리차드에게 '소년과 사랑에 빠진적 없느냐'라고 묻는 대화에서 리차드의 'people like that' 이라는 반응에

바로 'i just mean two people who fall in love with each other' 'boy and a boy out of the blue'라고 덧붙인다

이것은 이동진의 평론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

테레즈는 정말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상태이다

그저 out of the blue 하게 그 사람이 캐롤이었을 뿐


그렇기 때문에 리처드의 말처럼 테레즈의 행동은 stupid crush에 빠진 school girl같아만 보이는거다

그러니까 난 테레즈가 이해안되는것 투성이고

이런 자각조차 없던 그녀가 언제 갑자기? 그냥 그렇게 사랑에 빠져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i love you'한마디에 차가웠던 얼굴이 무너져내리는건지 

이해가 안되니 공감할수가 없다


그러니까 그의 평론에 비판하고싶다면 어쩌면 그것은 감독을 향했어야하는걸지도 .....


캐롤은 이처럼 이상한 부분에서 감독이 설명충스럽다 정작 설명해야 할 부분들은 생략해버리고

플래시백 구조와 이어지는 everything comes in full circle 대사도 좀 작위적이고

내가 뭘 말할거야! 라고 구태여 설명하는 부분들이 오히려 관객인 나에겐 ??? 물음표가 되어 돌아온다


어쩌면 이 영화는 블루가 아니라 브로크백 마운틴과 비슷한 색을 띄고있는지도 모르겠다

잔잔하고 절제된 느낌. 그래서 더 애틋하고 애절한 느낌


하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은 뚜렷한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과거 어린시절이 밝혀지면서 왜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건지 깨닫는다. 덕분에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둘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린다

캐롤의 테레즈는 '그냥' 원래부터 그랬다. 우유부단하고 어리니까. 아직 미숙하기때문에.


여튼 난 블루의 아델과 엠마가 캐롤의 캐롤과 테레즈보다 사랑스러웠고

오히려 더 여자와 여자가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사랑으로 보였다

저들도 여느 연인들과 다를바없구나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또 그만큼 열정적으로 다투고 질투하며 결국엔 그 언젠가 사그라드는 보통의 연애


캐롤의 두 주인공은 두 '여자'의 연애가 부각된 느낌을 받아 작위적인 느낌만 더해졌을 뿐이다




모든 감상에는 취향이 반영되기 나름이다

위의 모든것은 내가 캐롤을 보며 느낀 감상일 뿐이고 단지 내 취향을 더 만족시켜준 작품이 블루였을 뿐이다

단 하나 마음에드는것이 있었다면 마지막 장면

솔직히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을 향해 돌진하고있는것만 같다

마치 감독이 맨 마지막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영화를 구성하기라도 한것처럼

그만큼 마지막장면만은 블루보다도 더 훨씬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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